우리동네/장수동 새동네 프로젝트..

<경향신문 칼럼>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10/2)

도자기를 소개하는 언니 2009. 10. 7. 18:55

[미추홀 칼럼]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문경숙 인천초등방과후 보육교사협회 회장
 
며칠 전 장수동을 다시 찾았다. 몇 해 전부터 장수동 새 동네 가꾸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현장이 올해는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했다.

쓰레기더미가 가득했던 이곳은 젊은 예술인 김종현씨 부부가 이곳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얼마 전 어느 재미교포 청년이 ‘작은 관심이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를 외치며 환경운동을 하는 일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도 그 청년의 운동에 자극받아 이곳 저곳에서 환경운동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은 남의 문제와 주변 환경 문제를 내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내 문제로 인식한다는 것은 인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행동이 따라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수동 사람들 ‘변화의 꿈’ 결실
처음에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우리 옛 조상들이 남겨 놓은 이웃과 하나되는 좋은 전통을 살려내고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과연 요즘같이 각박한 세상에 가능한 일일까 반신반의했다.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가면서 장수동은 하나둘 변하기 시작했다. 집 담장 밑에 서로 화단을 가꾸고 꽃을 심고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처음엔 소극적이던 이웃도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하였고 10월에 세 번째 마을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장수동에서는 희망근로 프로젝트와 마을가꾸기 사업을 함께 추진되고 있다. 60여 명의 희망근로 사업팀과 주민이 모여 날마다 나무를 자르고 색칠을 하고 골목길을 단장한다. 뚝딱거리는 소리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예쁜 우체통이 탄생하고 길손에게 쉼을 제공하는 벤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찬란한 가을 햇살 아래 땀 흘려 일하는 그들의 모습이 눈부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몫을 다했을 때다. 자신의 몫은 누군가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그 몫을 찾아 역할을 다해낼 때 비로소 가치를 발한다. 마을 축제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고 놀랍게도 자신 안에 감추어졌던 또 하나의 재능을 발견해내고 있다.

더불어 삶으로 꽃 피운 아름다움
여기저기 도심 곳곳이 재개발 등의 간판 아래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곳 장수동 새 동네엔 고즈넉한 골목길 풍경이 넉넉하다. 담장을 타고 호박이 주렁주렁 달리고 있고 텃밭엔 고추가 붉게 익고 있다. 골목골목에선 고추 말리는 매콤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가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축제를 준비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동체 의식이 활성화하였다. 쓰레기더미와 공장이 즐비하던 이곳에 새 동네 바람이 신나게 불고 있는 것이다.

올 11월 장수동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장수동 새 동네 만들기 사업을 위해 김종현씨 부부는 자신들의 집을 사랑방으로 내놓았다.이곳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축제가 만들어지고 연극대본이 짜여지고 있다.

꽃은 색깔과 향기로 자신을 나타낸다.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색깔을 나타낼까? 삶을 스스로 가꾸고 그 삶의 방향을 이웃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변화로 이끌어 낼 때 비로소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자신만이 아닌 이웃을 생각하고 환경을 생각하고 무엇이 함께 나누는 삶인지 고민하고 실천할 때 사람이 진정 꽃보다 아름답다.

<문경숙 인천초등방과후 보육교사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