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한모금, 덕담 절로 나오네
설은 민족의 명절.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하는 자리에 술도 민속주를 내보면 어떨까.
민속주는 풍미와 풍류를 갖춘 술이다. 많은 명인들의 복원 노력에 따라 선조들이 즐겼던 수준 높은 술을 손쉽게 주류판매점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2만~10만원대 초반까지. 향과 특색, 효능이 다른 만큼 따져보고 고르면 자리의 품격을 높여주는 술을 찾을 수도 있다.
▲전주 이강주=전라도 전주·익산과 완주 지방에 전해내려오는 술로서 조선시대 3대 명주의 하나로 불린다. 전통소주에 배(梨)와 생강(薑)이 들어간다 해서 이강주(梨薑酒)라 한다. 향토문화재 제 6호로 지정된 25도의 약소주다.
주세법상으로는 리큐르 주에 속한다. 리큐르주는 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 증류시킨 증류주에 약초·향초·과일·종자류 등 주로 식물성 향미성분과 색을 가한 다음 벌꿀 등을 첨가하여 만든 혼성주의 총칭이다.
이강주의 특징은 쌀과 보리 등으로 빚어진 곡주에 생강의 매콤한 맛과 계피향을 조화했다는 점이다. 입 안에 감칠맛을 돌게 하며 은은한 맛과 향이 숙취 없이 오래도록 남는다. 조선시대에는 구한말 한·미 통상 수호조약체결에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술로, 현대에도 남북 적십자회담 등 국가 중요행사에 민족 대표술로 선보였다.
이강주는 누룩 등으로 약주를 만든 후 이 술로 토종 소주를 내리고, 여기에 배·생강·울금·계피·꿀을 넣어 장기간 후숙시켜 만든다. 생강과 계피는 건위의 효과가 있고 배는 술마신 후 갈증을 없애 주고, 청량한 맛을 준다.
울금은 울금나무의 뿌리로 술에 취했을 때 혈압이 높아지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후유증을 보완해 준다. 울금이 전주 지방에서 재배된 것도 이강주가 전주에서 빚어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백세주=대중화에 가장 성공한 민속주. 전통의 맛을 오늘에 맞게 ‘생쌀발효법’으로 빚어 만들었다. 뒤끝이 없는 전통 약주이다. 찹쌀·누룩과 함께 감초·인삼·구기자 등 10가지 한약재를 넣어 발효시켰다.
백세주에 사용된 약재는 성질이 평하고 독이 없다는 게 제조사인 국순당의 설명이다. 또한 상극이 되는 약재는 사용하지 않았고 체질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도 고려했다고 한다.
▲안동소주=안동 지방의 물로 쌀을 쪄서 증류시킨 45도 도수의 민속주. 알코올 도수가 높은데도 은은하고 감칠맛이 있으며 다소 많이 마셔도 뒤끝이 깨끗해 애주가들로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안동소주를 비롯한 소주는 고려시대 권문세가 사이에 유행했다. 민간 요법으로 배앓이, 독충에 물린 데 소주를 활용했다.
▲문배술=증류주인 문배술은 문배나무 과실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조·수수 등을 원료로 증류시킨 40도 술이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가져간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한산 소곡주=가을 추수기 이후 아낙네들이 소복을 입고 빚었다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여졌다. 소곡주는 충남 한산 건지산 계곡의 물과 찹쌀로 만들었으며, 맛을 보면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 하여 ‘앉은뱅이 술’로도 부른다. 16도짜리 약주와 43도 증류주가 있다.
▲가야곡 왕주=궁중술이라 불리는 왕주는 가야곡 청정지역의 맑은 물을 사용해 땅의 기운에 의해 100일 동안 정성스럽게 익힌 술이다. 조선 말 곡주 규제가 완화되자 명성황후의 친정인 민씨 집안에서 곡주와 약술을 접목시켜 왕실에 진상했다. 찹쌀, 야생국화, 구기자, 솔잎 등이 주원료.
▲금산 인삼주=너무 친숙한 민속주. 부드러운 술을 찾는 추세에 맞춰 도수를 많이 낮추었다. 순 우리 쌀과 인삼으로 빚은 발효주다.
▲복분자주=1년생 나무인 넝쿨장미처럼 생긴 산딸기과의 복분자 열매로 빚은 전북 고창 지방의 특산물. 남성의 체력 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안치용기자 ahna@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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